제6기 차세대리더육성멘토링사업에 참여하는 나눔지기의 삶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꿈을향해 도전하는 배움지기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멘토링에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께 배움과 성장의 좋은 토대가 되길 바랍니다.
안준영 배움지기를 만나기로 한 날, 약속장소에 도착한 후 그를 기다렸습니다.
그가 바로 앞에 있는 데도, 계속 그를 기다렸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네, 맞습니다. 알아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너무나 성숙한 모습이었거든요. 보통 인터뷰 장소에 나오는 다른 배움지기들은 수줍고 앳된 표정을 갖고 있는데, 안준영 배움지기는 매우 여유롭고 안정된 모습으로 약속 장소에 앉아 있었습니다.
말끔한 정장 차림에 단정하게 정리한 머리, 여유있는 미소와 겸손한 몸짓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 치고 너무나 성숙해 보인다고 말하자 그는 멋쩍게 웃으며 "나이가 있어서…" 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이 만난 '이달의 스타'는 '나이 좀 있는 준영 씨'입니다.
나의 경험으로 누군가 힘을 얻는다면
1985년생. 올해 한국나이로 31세. 신입사원이라고 하기에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 안준영 배움지기는 올해 31세의 나이에 졸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졸업이 왜 늦어졌는지 물으니 20대에 7년 동안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연 무슨 '일'이었을까요.
"집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일찍부터 일을 시작해야 했어요. 신문배달도 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1년 간 서빙 아르바이트도 하고, 고시원 총무도 했어요. 나중에는 베트남 쌀국수 식당에 들어가 주방에서 5년 동안 요리를 했죠.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취직을 위해 영어 공부를 하는데 저는 오히려 사회로 나간 셈이에요. 물론 생활비를 벌기 위해 택한 길이지만 이 경험을 통해 제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무엇이 저와 맞지 않는지 알 수 있었어요."
사회 생활을 일찍 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주변 상황에 의해 일을 시작해야 할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안준영 배움지기의 표정에서 그런 내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비록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일찍 사회를 경험하긴 했지만 그는 오히려 이른 사회 경험을 자신을 위한 길로 잘 만들어갔습니다.
"힘들다는 생각에 초점을 두기보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뭘 얻을 수 있을까에 더 집중했어요. 주변 상황은 제가 바꿀 수 없지만 저 자신은 바꿀 수 있으니까요. 일하면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 했어요."
안준영 배움지기는 학교를 두 군데 다녔습니다. 편입을 통해 2013년 현재 학교에 들어온 것이죠. 처음 입학한 학교에서는 식품영양학을 전공했습니다. 2학년까지 학교 생활을 한 후 일을 해야겠다 싶어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취직한 곳은 쌀국수 식당이었습니다. 평소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주방 보조부터 시작했어요. 꾸준히 일하며 주방에서 음식도 만들었는데, 제가 3년차 됐을 때 주방을 관리하는 분이 다른 곳으로 이직했어요. 마침 저를 좋게 보신 사장님께서 주방관리하는 일을 맡기셨고 그 때부터 사람을 채용하는 일에 직접 관여하게 됐습니다."
뜻하지 않게 인사 업무를 맡았습니다. 작은 식당이었지만 그렇기에 사람을 채용하는 과정은 더욱 꼼꼼해야 했습니다. 가족처럼 일하되, 업무에서도 최선을 다해 줄 성실한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안준영 배움지기는 "사람을 직접 뽑으면서 능력보다 중요한 건 인성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 식당에 있는 동안 약 6~7명 정도를 채용했어요. 사람을 뽑을 때의 기준은 결국 인품이었어요. 왜 어른들께서 '성품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지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일은 배우면 늘지만 성품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식당 일이라는 게 팀워크가 중시되다 보니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겠구나 싶었어요. 경험을 통해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죠."
안준영 배움지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한 청년이 얼마나 고민하고 또 열심히 살았을지 눈앞에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더불어 모든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명석한 뚝심이 엿보였습니다.
취직으로 이어진 음식에 대한 애정
남들보다 일찍 배운 사회는 결국 그에게 선물로 돌아왔습니다. 올해 취직 시험을 치르는 동안, 그의 이른 사회 생활이 면접관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던 것입니다. 안준영 배움지기는 현재 롯데마트 취직에 성공해 12월 출근을 앞두고 있습니다. 취업 과정을 이야기하던 그는 면접 당시 대부분의 질문이 이른 사회 경험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느꼈던 것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했어요. 사람이 가장 가치 있다는 것, 능력보다 인품과 성실함이 더 중요하다는 것 등이요. 그리고 또 하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죠.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해서 영업관리에 지원했고, 식품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가공식품 파트의 문을 두드렸다고 이야기 했어요. 실제로 전 식품 관련 직무가 없는 곳은 원서를 쓰지 않았어요. 왜냐고요? 글쎄요. 음식이 좋은가봐요.(웃음)"
음식에 대한 애정, 그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요. 일찌감치 사회를 경험한 그가 이곳 회사로 취직한 것은, 긴 인생을 놓고 봤을 때 분명 순항이 맞아 보입니다. 자신의 취업 이야기를 이어가던 안준영 배움지기가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친구들이 혹여나 현재의 상황 때문에 낙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진로와 적성에 대해 자신에게 진지하게 묻고, 뚝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번에 취직이 안 되면 기존에 하던 일을 계속 하려고 했어요. 식당 일도 제 적성에 잘 맞았으니까요. 애써 기업 문을 두드리지 말고 좋아하는 일을 하자 싶었죠. 헌데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어디든 일단 들어가고 보자'라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워낙 취직이 어려우니까요. 저도 급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어차피 이왕 늦은 거 좀 더 마음을 편하게 먹자 싶었죠. 다른 친구들에게도 절대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자신이 준비하는 길이 진짜 원하는 길인지 진지하게 자문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안준영 배움지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경험이 주는 지혜는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에서 얻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현실 감각이 더해졌을 때, 사람이 얼마나 풍성해질 수 있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자신의 생각을 주욱- 늘어놓던 그에게 출근을 앞둔 심경을 물으니 금세 다시 수줍게 웃습니다. 솔직히, 좋다는 의미였겠죠?
"무척 설레고 기분 좋아요. 최종합격 소식을 듣고는 소리까지 질렀다니까요.(웃음) 워낙 원했던 일이었으니까요. 졸업 전에 취직이 되다보니 주변에서는 '이제 좀 놀아라' 고 말씀하시는데, 오히려 좀 더 공부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회사를 다니면 아무래도 학교 다닐 때처럼 공부하는 게 어려우니까요. 대학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꽃내음과 바람의 촉감을 느끼게 해 준 멘토링 프로그램
입사에 성공한 안준영 배움지기는 고마운 사람을 언급하면서 최종섭 나눔지기의 성함을 꺼냈습니다. 소소한 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 최종섭 나눔지기와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준영 배움지기는 최종섭 나눔지기로부터 멘토링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약 7개월 동안 멘토링을 받으며, 그는 여러 가지 묘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최종섭 나눔지기의 이성적인 날카로움과 감성적인 푸근함, 그것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했습니다.
"특히 나눔지기 님의 섬세함에 정말 놀랐어요. 분석적인 동시에 따뜻한 시선을 모두 갖고 계시죠.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저희의 진로 찾기를 도와주시고, 각자가 원하는 직무와 방향성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셨어요. 저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시는데, 희한하게도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되더라고요."
멘토링 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 싶었던 시간을 묻자 그는 '50세 때의 명함 만들기'라고 했습니다. 50세 명함 만들기?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물으니, 이름 그대로 50세 때 누군가에게 줄 가상의 명함을 만드는 일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50세가 됐을 때 누군가에게 어떤 명함을 주게 될 지 가상으로 이력을 만들어보는 시간이 있었어요. 직접 미래를 설계해보니 구체적인 틀이 잡히더라고요. 그동안 막연했던 것을 좀더 세세하게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이 됐어요. 저는 가공식품 부문장을 목표로 이력을 만들었는데, 꽤 재미있던데요(웃음)."
안준영 배움지기가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배운 것은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배운 것은 바로 ‘감성’ 이었습니다. 바람이 시원하다는 것을 느끼고, 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는 일. 이러한 ‘느낌’이 모여 모든 일에 감사할 수 있는 ‘겸손’이 생긴다는 게 최종섭 나눔지기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사회에 나가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공한 실패자가 되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어요. 사회적으로 중요한 자리에 올라섰다 해도 감성이 결여돼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 결국 ‘성공한 실패자’일 뿐이라고 하셨죠. 자연을 사랑할 줄 알고 시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어요. 저희 나눔지기님께서는 시인이기도 하세요. 때문에 중간 중간 저희도 시를 낭독하고, 음악도 감상했어요.”
평소 그는 학교 후배들에게 '언니'라고 불릴 정도로 여성스러운 따뜻함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는 마치 경주마 같은 속도로 몰아칩니다. 성취욕도 강해 한 가지에 몰두하면 그것에 모든 걸 쏟아붓습니다. 옆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그에게, 최종섭 나눔지기의 '감성 멘토링'은 신세계였습니다. 7개월이 지난 지금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있는 자신을 보면 새삼 놀랍다고 했습니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하면서 자연을 둘러보는 여유를 갖게 됐어요. 그동안 '꽃구경'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꽃을 보고 바람을 느끼는 게 참 좋아요. 더불어 나눔지기님께서 항상 '적극적인 자세'를 '를 강조하셨던 덕분에 저도 이전에 비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덕분에 이번 입사 면접 때도 마지막에 손을 들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나올 수 있었죠."
과연 면접 마지막에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요. 넌지시 물으니 다소 부끄러운 표정으로 대답을 이어갑니다. "별 것 아니었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리던 그가 대답을 이어갔습니다.
"다른 지원자에 비해 늦게 입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고 이야기 했어요. 그 경험을 토대로 성실하게 업무에 임하겠다고 말했죠(웃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사실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이 면접관에게 저 한 마디를 꼭 전달하고 싶지 않나, 싶더군요.
듬직한 자세와 바른 생각. 그야말로 바람직한 이 시대 청년의 바로미터가 아닐까 싶은 안준영 배움지기. 그는 앞으로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기보다, 천천히 가더라도 주위 사람들과 함께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가 입사했다고 하니, 많은 동생들이 와서 이런 저런 질문을 해요. 그 때마다 제가 이야기하는 건 딱 하나에요. 미래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다는 거죠. 우리는 늘 ‘A 플랜’을 세우지만, 때론 ‘B 플랜’이 더 좋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앞날이 막히는 듯 싶을 때도 그 순간을 잘 넘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과정이 다 제게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거든요. 때문에 매 순간의 경험들이 자기에게 소중한 자산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안준영 배움지기
학력 |
고려대학교 식품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