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을 선택할 때, 우리는 앞으로 하게 될 일을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요? 잘하는 과목과 성적, 취업 전망을 살펴 선택한 전공은 어느새 진로의 기준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배운 것을 잘 활용하는 일만큼, 그 일이 나에게 잘 맞는지 돌아보는 일도 중요하지요. ‘내 전공으로 어느 회사에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는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때 행복할까?’를 묻는다면 우리의 선택지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일의 영역을 넓혀온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들이 전공 너머의 가능성을 찾도록 돕는 김상종 멘토님. 지금도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전하는 그를 만나, 전공의 경계를 넘어 삶의 가능성을 확장해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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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을 따라 넓어진 일의 경계

Q. 멘토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장학재단 제14~17기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로 활약하고 있는 김상종입니다. 현재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연구소에서 특허개발 조직의 리더를 맡고 있습니다. 미국 변호사 자격을 바탕으로 특허 출원과 라이선스, 소송 등 전반적인 특허 업무를 관장하고 있지요.

동시에 커리어 코치이자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한국장학재단뿐 아니라 사내외 여러 활동을 통해 대학생들을 만나고 있어요. 한 회사에 오래 다니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며 제 영역을 계속 넓혀왔습니다.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반도체 엔지니어에서 미국 변호사, 커리어 코치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오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주 전형적인 길을 걸었어요. 수학을 좀 잘해서 이과를 선택했고, 취업 전망과 수능 점수를 고려해 화학공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할 때는 학과에서 많이 가는 삼성전자에 입사했고요. 처음부터 미국 변호사나 코치가 되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반도체 소자·공정 엔지니어로 11년 간 일하다 회사의 특허부서 공모에 지원하면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선발 과정을 거쳐 가족과 함께 미국에 가서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석사과정에서 특허 관련 공부를 하게 되었지요. 솔직히 처음에는 회사의 지원을 받아 가족과 2년 동안 미국에서 살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제 인생의 가치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지요.

귀국 후 특허 업무를 하다 보니 공학 지식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기술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데 법을 모르니 제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에 편입해 법학 학사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한림대에서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로스쿨과 연계된 미국법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미국 변호사 시험도 준비했지요. 이 시험도 한 번에 붙은 건 아닙니다.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에 합격했지요. 일하면서 공부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더라고요.

코칭도 비슷하게 시작했습니다. 조직의 리더를 맡은 뒤 회사에서 지원하는 코칭 교육을 받았는데, 듣다 보니 제가 생각하던 방향과 너무 잘 맞는 거예요. 교육이 끝난 뒤에도 제 돈을 들여 더 배우고 실습하면서 전문 코치 자격까지 취득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대학생들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다 보니 제가 경험하지 못한 직업도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고요. 몇 년 전에는 지게차 운전 자격증도 땄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해요.

Q. 중요한 전환점마다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한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저는 결정을 잘 못하는 편이에요. 가전제품이나 차를 하나 사더라도 엑셀에 제품들의 가격과 장단점을 정리해 비교해 봐야 합니다. 반면 아내는 보고 괜찮다 싶으면 바로 결정하는 편이지요. 미국 연수에 지원할 때도 아내의 역할이 컸어요. 저는 엔지니어로 자리를 잡고 일하고 있었으니 방향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는데, 아내는 아이들과 미국에서 2년 동안 살아볼 수 있는 기회라며 일단 신청해 보라고 했거든요.

그렇게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하고,
제가 고른 길이니 후회 없이 해보자고 노력했어요.
그 과정에서 이전보다 제 적성에 맞고 삶도 더 행복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한 번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다음 선택에서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익숙한 길을 계속 가는 것보다 조금 어렵더라도 제 인생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전공 너머의 길을 함께 찾는 멘토링

Q. 한국장학재단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링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회사에서 코칭을 배우고 자격을 취득한 뒤 동료와 후배들의 업무나 진로 고민을 듣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이 고민을 입사하기 전, 대학생 때 조금 더 해봤다면 지금보다 적성에 맞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어요.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한국장학재단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링을 알게 되어 지원했습니다.

솔직히 본업을 충실히 하면서 한 해에 8~12명의 멘티를 만나고, 매달 멘토링과 개별 코칭을 이어가는 건 쉽지 않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의아해하기도 하지요. 코칭 비용을 받는 것도 아니고 그쪽으로 당장 이직할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시간을 쓰나 하고요. 하지만 그때마다 저는 멘토링을 통해 저 역시 많이 배운다고 대답하곤 합니다. 젊은 친구들의 열정, 그리고 저와 다른 관점에서 배우는 게 많아 즐겁게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제 카카오톡 즐겨찾기에는 제14기부터 제17기까지 멘티들의 단체 대화방이 있습니다. 한 해의 멘토링이 끝나도 이후 좋은 소식을 나누고 생일을 축하하고, 만나서 한잔하기도 해요.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삶의 동료가 된 것 같습니다.

Q. 멘토님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처음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반도체 분야에서 일한다고 해서 삼성전자에 들어가는 방법만 알려주는 것은 제가 생각하는 멘토링 방향과 맞지 않았어요. 멘티들이 전공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스스로 살펴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지요.
우선 코칭을 통해 자신을 탐색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멘토링이 제가 경험한 일과 노하우를 나누는 것이라면, 코칭은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정말 원하는 것을 스스로 꺼내어 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에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어떤 일을 하면 행복할지 함께 살펴봅니다. 그다음에 필요한 경험과 정보를 멘토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지요.

제가 설명할 수 있는 기술이나 법 분야는 직접 이야기하고, 잘 모르는 영역은 지인들을 총동원합니다. 매년 멘티들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물어본 뒤 창업한 후배나 변리사, 방송 PD 등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을 연결해요. 지인의 지인까지 찾아가기도 하지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에 더해, 그 일을 오래 해온 사람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거든요.

이 외에 이전 기수 멘티들의 피어멘토링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요. 먼저 경험한 선배들이 멘토링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어떤 성공과 실패를 겪었는지 나누면 도움이 되지요. 매번 기꺼이 함께해 주는 이전 기수 멘티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Q. 멘토링을 하며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기억에 남는 멘티 중에는 메카트로닉스, 그러니까 로봇 관련 전공을 공부하던 친구가 있습니다.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느 날 사람을 보살피고 돌보는 일이 자신에게 맞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 보자고 했는데, 두 달쯤 뒤에 간호학과로 전과했다는 거예요. 그때는 솔직히 덜컥 겁이 났어요. 제가 한 사람의 인생에 너무 큰 영향을 준 건 아닐까 싶었지요. 그런데 이후에도 연락해 보니 실습을 하면서 자기 성향에 맞는 일이라는 걸 느끼고 보람도 크다고 하더라고요. 제게 고맙다는 이야기도 해줬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고 스스로 방향을 찾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어요.

멘토링을 하며 감동이나 희열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도 느낍니다. 새 기수 멘티들을 만날 때마다 꼭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제가 여러분을 선발한 것이 아니라,
여러 멘토 가운데 여러분이 저를 선택해 주신 것 같아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 한마디와 준비 하나에도 책임감을 가지게 됩니다. 힘들더라도 그래야 멘티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믿어요. 저를 선택해 준 친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고요.

현장에서 바라본 반도체 산업과 AI 시대의 준비

Q. 반도체 분야에는 어떤 직무가 있으며, 현장에서 느끼는 매력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멘티들을 만나보면 반도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들어가고 싶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지요. 그런데 입사하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느 지역에서 어떤 강도와 방식으로 일하는지, 그 일이 자신의 성향에 맞을지 물어보면 잘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랫동안 공부해서 가려고 하는 곳인데 정작 그 안에서 할 일은 잘 모른다는 게 늘 안타까워요.

반도체 산업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직무가 있습니다. 소자나 공정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뿐 아니라 환경, 건설, 영업, 마케팅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지요.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협업한다는 것이 이 분야의 매력이에요.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있고요.

다만 반도체는 ‘타이밍 산업’입니다. 시장의 흐름과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맞춰 제품을 준비해야 하니까 늘 시간과의 싸움이지요. 공장은 24시간 가동되고, 미래 기술과 생산능력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정해진 시점까지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있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할 때도 많아요.

이런 산업의 특성과 회사마다 다른 업무문화까지 알아보고 자신에게 맞는지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반도체 회사에 들어간다’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할지 살펴보는 것이지요. 같은 분야 안에서도 나에게 맞는 선택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AI 시대, 진로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키워야 할 역량은 무엇인가요?

며칠 전에도 멘티들과 나눈 이야기인데요. 학생들뿐 아니라 회사 후배들도 ‘이 직무는 앞으로 살아남을까요?’,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직업은 무엇일까요?’ 하고 묻습니다. 그만큼 일하는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이지요. 저도 코딩을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지금은 AI에 말로 요청하면서 업무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 쓰고 있어요.

저는 진로를 준비하는 데 전공 지식과 업무 기술뿐 아니라, 사람들과 협업하고 판단하고 조율하는 소프트 스킬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 주더라도 그 안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찾아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일이 필요하잖아요. 부서마다 의견이 다를 때 조율하고 협업을 이끄는 역할도 있고요. AI가 여러 업무를 수행하게 될수록 이런 역량의 중요성을 더 생각해 봐야 해요.

그래서 내가 준비하는 직업이 AI로 대체될지만 걱정하기보다, 그 분야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계속 배우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AI의 도움을 받아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나에게 맞는 소프트 스킬은 무엇인지 냉철하게 고민하고 키워갔으면 합니다.

나만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길

Q. 전공을 넘어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찾으려면 무엇부터 생각해야 할까요?

조금 뼈를 때리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요. 고등학교 때부터 평생 하고 싶은 일이 확고해서 그에 맞는 전공을 선택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취업이 잘되는지, 성적에 맞는지,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어떤 조언을 해주시는지를 고려해서 정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그렇게 고른 전공을 공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할 일까지 정해버리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직업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을 벌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은 벌지만 나에게 맞지 않아 계속 힘들기만 하다면 삶 자체가 지칠 수 있지요. 입사한 뒤에야 이것을 깨닫고 방향을 바꾸려면 훨씬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학생일 때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면 즐거운지 충분히 생각해 봤으면 해요. 전공을 반드시 바꾸라는 뜻은 아닙니다. 같은 반도체 회사에서도 개발, 영업, 구매, 환경 등 할 수 있는 일이 다르고, 같은 전공을 살리더라도 나에게 맞는 역할을 찾을 수 있어요. 먼저 원하는 삶의 모습을 그려보고, 그에 맞는 여러 직업과 진로를 살펴보는 것이지요.

삶의 균형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담아 김상종 멘토가 직접 만든 시소 모형.

제 삶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직접 만든 시소 모형을 가져온 것도 이런 생각과 연결됩니다. 저는 일과 가정, 가족과 개인의 시간뿐 아니라 바쁘게 지내는 시간과 조용히 보내는 시간 사이에서도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맛있게 먹는 것과 열심히 운동하는 것 사이에서도요. 진로를 고민할 때도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함께 생각하고, 그에 맞는 여러 가능성을 살펴봤으면 합니다.

Q.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멘티들에게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취업 자체가 어려운데, 적성과 행복을 생각하며 다양한 진로를 준비하라는 이야기가 현실성 없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미 안정적인 자리에 있는 기성세대의 조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그런 마음도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회에는 훨씬 많은 길이 있습니다. 무엇을 할 때 즐겁고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해 보고, 그에 필요한 역량을 조금씩 준비해 보세요. 여러분에게는 그만큼의 기회가 있고, 다양한 길을 만들어갈 역량도 충분히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지금의 전공이나 한 번의 선택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모두 정해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공에서 직업으로 이어지는 익숙한 길 위에서도, 우리는 언제든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다시 물을 수 있습니다. 김상종 멘토님의 이야기는 그 질문이 새로운 배움과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멘티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면서 자신의 다음 가능성도 찾아가는 그의 여정처럼, 우리 역시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길을 넓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가을에는 ‘어디에 취업할까’라는 고민 곁에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때 나는 행복할까’라는 질문도 함께 놓아보면 어떨까요?

김상종 멘토

  • 제14~17기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링 멘토
경력

現

  •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연구소 특허개발 조직 그룹장
  • 미국 변호사 / 한국코치협회 전문 코치 KPC

前

  • 삼성전자 반도체 소자·공정 엔지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