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기 차세대리더육성멘토링사업에 참여하는 나눔지기의 삶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꿈을향해 도전하는 배움지기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멘토링에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께 배움과 성장의 좋은 토대가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를 위해 원주에서 한 걸음에 달려온 듯 했습니다.
서울에 와서도 공부를 해야 한다며 전공서적이 한 가득 든 여행가방을 꼭 쥐고 있었습니다.
먼 길을 오느라 힘들었을텐데 마치 외우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질문에 술술,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아마 평소 마음에 품은 고민이 많았다는 방증이겠지요. 박혜진 배움지기를 만났습니다.
아픈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똑똑하면서도 명확한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그녀입니다.
모두가 힘든 일이라고 만류했지만, 기술을 넘어 진정성으로 다가가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박혜진 배움지기의 진심을 들어봤습니다.
사람들의 아픔, 똑똑하게 치료하고 싶어요
그렇죠. 누군가의 상처를 치료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상처를 똑바로 직시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거기에 따스하고 친절한 성품까지 지녔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박혜진 배움지기가 간호사가 된다면, 아마 저 두 성품을 모두 지닌 사람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나긋나긋, 자신의 이야기를 침착하게 말하면서도 동시에 똑부러지게 언급하는 그녀. ‘친절한 간호사’ 이전에 ‘똑똑한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똑똑한 간호사’ 가 되기 위해 본래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대학교 진학 시험을 치른 박혜진 배움지기를 만났습니다. 올해 24세인 그녀는 이전 학교에서는 행정을 공부하던 학생이었습니다. 본래부터 간호학과를 가고 싶었지만 주위의 만류 때문에 다른 길에 접어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본래의 꿈을 도저히 접을 수 없어 다시 출발선에 선 것입니다. 새로운 레이스를 뛴 지도 언 3년. 올해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녀는 지금의 생활에 큰 만족감을 보였습니다.
“청소년 때부터 간호학과에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께서 반대하셨어요. 아마 간호학과에 대한 인식이 별로 안 좋으셨던 것 같아요. 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왜 힘들게 간호사가 되려느냐는 거였죠. 당시에는 저도 부모님 말씀을 듣고 다른 길을 찾았어요. 어려서 그랬는지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이 있던 것 같아요. 행정학과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학교를 다닐수록 이건 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때문에 다시 수능을 치러서 간호학과에 입학했어요.”
간호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 매우 힘들고 고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환자의 생명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을 키우는 일인 만큼 그 과정이 까다롭고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죠. 학교생활이 힘들지 않은 지 묻자, 그녀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반문합니다. 다른 학과도 모두 힘들지 않냐면서요.
“사실 학교에 다니면서 많은 친구들이 ‘간호학과 너무 힘들어’ 라는 말을 늘 해요. 과제 강도가 높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힘들다’ 는 말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건 아닐까 하는. 사실 그렇잖아요. 다른 학과 친구들도 정말 힘들게 공부해요. 영어에, 공모전에, 자기계발에, 끊임없이 늘 뭔가를 하고 있어요. 그에 비하면 저희는 준비해야 할 항목들이 굉장히 명확한 편인 거예요. 때문에 공부가 다른 학과에 비해 특별히 힘들다는 생각은 안해요. 오히려 그런 말들 속에 스스로 갇힐까봐 걱정돼요.”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똑 부러집니다. 학과 생활이 힘들다는 생각보다 자신이 왜 간호사가 되려 하는지, 어떤 간호사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친구들이 사명감을 찾듯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서 말이죠.
높이 쌓는 것보다 중요한 건, 값지게 잃는 방법
대학생활 3년 동안 박혜진 배움지기는 4.3점 만점에 3.95점 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주목한 것은 3.95점이 아니라 잃은 0.35점이었습니다. 점수를 잃어 속상한 마음에 주목하는 것이 아닌, 잃은 0.35점을 더욱 값지게 잃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0.35점을 가치 있게 잃기, 라는 문구는 제가 혼자 생각해 낸 게 아니라 리더십 콘서트에 다녀왔을 때 강연자인 구글 김태원님의 강의에서 힌트를 얻은 거예요.(웃음) 저에겐 이 멘토링 프로그램이 제 삶을 값지게 해주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인문계 친구들처럼 멋진 스펙이랄 건 없어요. 하지만 필요한 자격증이나 증명서를 발급 받을 수는 있죠. 또 그것이 앞으로 제가 간호사로 일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요. 필요한 자격증을 하나하나 준비하는 중이에요. 외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이제 그 과정 속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똑똑히 잃을지 고민해야겠죠?”
똑똑한 고민. 아마 이 말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단어일 것입니다. 삶을 살면서 모든 것을 얻을 수만은 없는 게 사실 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잘 얻고 또 무엇을 잘 잃어야 할까요. 박혜진 배움지기와의 대화가 깊어질수록 함께 고민하고 사유하는 것들도 풍성해졌습니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할 지 등에 대한 생각. 그것은 이기(利己)를 넘어 이타(利他)의 마음이었습니다.
박혜진 배움지기는 본래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학교 공부 말고는 대외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저 학교와 집을 오가며 필요한, 그리고 주어진 공부와 과제만 소화했던 거죠. 헌데 어느 날 고민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치료해주고 싶어 간호학과에 왔는데, 너무 세상과 타인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변화와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간호학과 친구들은 대외활동에 그리 적극적인 편이 아니에요. 병원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건 자격증과 시험이니까요. 때문에 다른 학과 친구들에 비해 외부 활동은 많이 소극적인 편이죠. 현재의 틀을 한 번 벗어나보고 싶었어요. 좀 더 큰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멘토링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 거예요. 고민도 했어요. 지원하는 학생 중 제 전공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었거든요. 아, 간호학과는 정말 외부활동을 하지 않는구나, 싶었죠.(웃음)”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낯설었습니다. 전혀 새로운 환경에 발을 들이는 것부터, 자신이 나눔지기를 선택하는 과정까지도 괜시리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꽤나 두근거리는 설렘이 있었나 봅니다.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을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았거든요. 그 표정이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는 듯 했습니다.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에 들어와 멘토링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죽- 훑어보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소개글도 홍보글도 모두 제 마음에 콕콕 와 닿는 게 그 때 그 기분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에요.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여기에 내가 속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자신이 없기도 했던 거죠. 주변에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친구들도 없어서 조언도 들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명단에 계신 분들의 이름과 주제, 소개글을 다 읽었어요. 정말 한 분 한 분 모두요. 제 전공에 맞는 분은 안계셨지만(웃음), 등산이라는 콘텐츠가 제 마음에 확 꽂혔어요. 그 때부터 열심히 지원서 준비에 들어갔죠.”
멘토링 프로그램? 서서히 몸 깨우는 비타민 같죠!
그렇게 김문성 나눔지기 팀에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등산을 한다는 게 흥미로워 지원했지만, 실제로 매 달 한 번씩 산에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평소 등산을 즐기지 않던 박혜진 배움지기에게는 더 어려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등산 별로 안 좋아해요. 한 적도 없고요.(웃음) 그런데, 그래서 더 뜻 깊은 것 같아요. 해본 적 없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제가 24살인데.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지 않나 싶었거든요. 언제까지 학교 안에서 시키는 공부만 할 수 없잖아요. 그 마음으로 등산에 임했어요. 처음엔 힘들었지만 갈수록 좋던데요. 사실 저 말고 나머지 친구들도 모두 등산이 처음이래요. 나눔지기 님 빼고 저희 모두 초보에요(웃음). 하지만 이젠 산을 정말 좋아하게 됐어요.”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박혜진 배움지기는 호연지기를 배웠다고 했습니다. 우뚝 솟은 산처럼, 그 안의 바위처럼,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처럼 쉽게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배웠다고 했습니다. 산을 오르고 내려오면서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되새기고 뒤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각 등산마다 테마가 있어요. 이번 달은 ‘정정당당’ 이었어요. 과연 이 시대에 나는 정정당당하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죠. 저희팀은 한 가지 테마를 정한 후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요. 한 달 동안 품어왔던 생각이나 평소 생활하면서 실천한 것들을 등산 중 함께 나누는 거예요. 결국 등산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오르는 거나 다름없어요. 자기 이야기를 하고, 들어주고, 피드백을 하고. 응원도 해 주고요. 사실 제가 말을 조리 있게 잘 못하는데, 매번 9명의 청중 앞에서 이야기를 하니까 연습이 많이 되긴 하더라고요.”
박혜진 배움지기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마치 비타민제 같다고 했습니다. 비타민이 아마 그렇지 않나요? 먹었다고 해서 몸에 변화가 100%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서서히 몸의 기능을 회복시켜주죠. 멘토링 프로그램이 이와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그야말로 영양제를 듬뿍 맞고 온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박혜진 배움지기는 현재 언어 공부에도 한창입니다. 의료 통역사가 돼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의료 혜택을 전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노력과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기본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본을 잘 다져서 좋은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지난 해 선배들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환자들이 1순위로 좋아하는 간호사는 많이 웃고 친절한 간호사래요. 인사 평가에서도 환자들에게 얼마나 잘 다가가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더라고요. 그런데 그 선배께서 하시는 말씀이, 친절한 간호사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똑똑한 간호사가 되는 게 먼저라고 말씀하셨어요. 환자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줄 수 있고 대답할 수 있는 간호사가 진짜 친절한 간호사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깊은 지식을 가진 똑똑한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깊은 사유와 생각을 가진, 똑똑한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박혜진 배움지기. 그녀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신청하려는 친구들에게 너무 두려워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또한 얻어가려고만 하지 말고 스스로 멘토링 프로그램 팀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 역으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모두가 함께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함께 노력할 것을 권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만족하고 또 감사해 하고 있어요. 한 팀이었던 친구들, 나눔지기 님, 그리고 이런 기회를 주신 많은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곳에서 배운 호연지기를 가슴에 잘 품어 앞으로 좋은 간호사가 되는데 똑똑하게 적용할게요. 이달의 스타에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능성을 바라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박혜진 배움지기
학력 |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간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