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우리는 ‘말’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SNS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것이 중요한 능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말로 적절하게 표현할 줄 아는 역량은 더 이상 특별한 이들에게만 요구되지 않습니다. 이제 ‘말’은 누구나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 되었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의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링에 8년째 참여해 온 석혜림 멘토님은 7,000회 이상 생방송을 진행한 20년 차 방송인(쇼호스트)입니다. 쇼호스트 교육뿐 아니라 다양한 스피치 교육을 병행해 왔고 ‘워라밸 플랜’, ‘라이브 커머스 셀링의 기술’과 같은 책을 펴냈습니다. 이 외에도 채소소믈리에로 활동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개척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뜨거운 열정으로 ‘말이 힘이 되게 이끄는’ 석혜림 멘토님을 만났습니다.

Q. 멘토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쇼호스트는 어떤 직업인가요?
언어로 세상을 연결하는 쇼호스트 석혜림입니다. 저는 2005년에 홈쇼핑 방송사에 입사해 지금까지 20년 넘게 쇼호스트로 활동하고 있어요. 쇼호스트는 기본적으로 어떤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더해 저는 판매자나 생산자가 상품에 대한 진정성을 잘 전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품을 만든 사람의 마음과 소비자의 필요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는 것이죠. 어떤 상품이든 진심을 전하려면 그 상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 생산자의 철학, 시장의 흐름까지 이해해야 하거든요.
2005년에 입사해 방송을 시작했는데 초기엔 식품 분야를 주로 맡았어요. 농수산물 원물을 다루면서 “이걸 더 잘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채소소믈리에 자격증까지 따게 되었죠. 공부하고 이해해야 진심이 담긴 질문을 던질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말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방송뿐 아니라 강의, 글쓰기, 멘토링 등 여러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지요. 제가 잘하는 건 결국 “말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말의 가능성을 실험하며,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Q. 원래는 교육자가 꿈이셨다고요. 국어국문학과 교육학 전공부터 쇼호스트, 저자, 강의, 채소소믈리에까지… ‘언어와 말’이라는 맥락에서 자신의 영역을 계속해서 확장하고 도전해 오신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겪은 도전과 탐험, 그리고 인상적인 발견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대학에서 국문과와 교육학과를 이중 전공했고,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이 생각이 확고해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에서 교생 실습까지 하며 교육자의 길을 준비했죠.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한 선생님께서 “세상 속에서 다른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 본 뒤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좋은 부분이 있다”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졸업 후 바로 대안학교 선생님으로 가려다가 조금 생각이 바뀌었지요. ‘교직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 뭘 경험하면 후회가 없을까’라고 생각하던 중에 선생님도 말하는 사람이니 말과 관련된 일로 가보자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나운서를 준비하다가 ‘말로 사람을 설득한다’는 쇼호스트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직접 부딪쳐 보기로 했어요. 방송이라는 낯선 환경은 만만하지 않았어요. 저는 화려한 외모도, 탄탄한 스펙도 없었기에 나의 강점인 ‘깊이 파고드는 공부’로 승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그래서 농수산물을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진정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 채소소믈리에 자격증도 땄고, 요리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이 업에 진심이었던 이유예요.
저는 늘 ‘내가 가진 약점은 뭘까?’, ‘그럼 뭘 더 준비해야 하지?’를 생각하며 움직여요.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길이 열리고,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삶을 ‘하나의 직업’으로 규정짓지 않고
질문하고 탐색하는 과정을 계속해 나가는 것,
그게 저에게는 ‘도전’이고 ‘탐험’이고 ‘발견’이었어요.

Q. 멘토님께서는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자신의 삶으로 잘 소화하고 확장해 오신 것 같습니다. 멘토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 가지고 있나요?
제게 일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증명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어요. 쇼호스트로서 일하는 동안에도 저는 늘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자의 진정성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떤 말과 표현이 필요할지를 연구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요리에 대해, 농산물에 대해, 소비자 심리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어요. 이 과정에서 일은 제게 새로운 세계를 여는 탐험의 문이 되어주었지요.
또 하나, 쇼호스트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건 ‘내 이름으로 쌓아가는 커리어’의 무게였어요. 휴직도, 자리 보장도 없는 환경에서 나를 증명해 줄 수 있는 건 결국 ‘내가 했던 일의 흔적’이었지요. 스스로를 정리하고 축적하는 과정에서 책도 쓰고, 강의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제 영역을 확장해 갈 수 있었습니다.
Q. 멘토님은 2017년부터 현재까지 약 8년간 한국장학재단의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링에 참여해 오셨습니다. 멘토링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오랜 시간 멘토링을 이어가는 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멘토링은 남편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신문 하단에서 멘토 모집 공고를 발견한 남편이 권해준 게 시작이었죠. 선생님을 꿈꾸었을 만큼 교육에 진심이었기 때문에, 대학생을 만나 가르치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았어요. 막상 시작해 보니 생각보다 더 깊이 있는 경험이었어요.
처음에는 후배들에게 현업 이야기를 나눠주자는 마음이 컸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제가 멘티들을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어요. 이 아름답고 멋진 청춘이라는 시간을 걷고 있는 멘티들이 자신의 길을 가는 데 제가 함께 참여하는 것 자체가 벅찬 순간이에요. 멘티들의 반짝거리는 원석 같은 아름다움이 저는 너무 좋더라고요. 이제는 멘토링을 통해 제가 에너지를 받고 있어요.
Q. 멘토님께서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어떤 것을 전달해 주고 싶으신가요?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멘토링을 통해 멘티들이 자신만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멘토링은 쇼호스트를 꿈꾸는 멘티들만을 위한 게 아니에요. 말로 자기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실전 훈련의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멘티들에게 자기소개서를 써보라고 하면 텅 빈 채로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말하게 하고, 녹화해서 같이 보고, 피드백을 나누는 과정을 반복해요. 처음엔 다들 당황하고 민망해하지만, 그 과정에서 결국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힘이 생기거든요.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조언과 실질적인 준비 방법.
이게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력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제 위치가 바로 멘티들이 기업에 지원하면 이들의 자기소개서를 처음으로 읽을 팀장급 나이잖아요. 실무자의 눈높이에 서서 멘티들에게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는 피드백을 주고 싶어요. 그래서 저희 멘토링 프로그램은 무척 구체적이에요.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언어를 찾을 수 있도록 직접 스피치를 해보고, 서로 피드백을 합니다.

Q.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많으실 것 같은데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멘티들과 함께 라이브 커머스에 직접 도전했던 순간이에요. 코로나 시기에 홈쇼핑사 채널 TV에서는 1년에 5~10명 정도 뽑았던 쇼호스트조차도 뽑지 않았어요. 이런 상황이 되니 홈쇼핑 쇼호스트를 지망하던 친구들은 하루아침에 진로의 길이 막혀버리게 되었지요. 당시 멘토링을 하던 저희 멘티들도 그런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동시에, 이즈음 라이브 커머스가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여기에 착안해 ‘라이브 커머스는 누구나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는데, 우리 멘티들도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제가 멘티들과 함께 라이브 커머스에 직접 도전했지요. 아이템은 ‘알밤’이었어요. 제가 알밤을 직접 조달해 오고, 스튜디오를 잡아 멘티들과 상품 공부를 하고, 라이브 중에 멘티들이 함께 나와 시식 모델처럼 알밤을 먹으며 맛을 표현하는 식으로 쇼호스트 같은 역할을 해보았어요. 모든 것을 직접 발로 뛰며 부딪혀야 했기에 전혀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멘티들이 도전하는 장을 만들고, 멘티들이 그 안에서 현장을 경험하면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 있던 도전이었지요. 이런 경험을 한번 해보면 자기소개서에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로 쓸 수도 있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방송에 도전해 볼 수 있게 됩니다.
길이 막힌 것 같은 상황일지라도
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경험,
저와 멘티들 모두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었습니다.”

Q. 요즘은 말하기에 관한 관심이 대중적으로 높아졌는데요. 멘토님께 말과 언어는 어떤 의미인가요? 말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사람들은 종종 저에게 “말을 참 잘하시죠?”라고 이야기해요. 하지만 사실 저는 초등학교 때 발표시키면 울던 아이였어요. 지금도 가족들 사이에선 말싸움 제일 못하는 사람이고요. 그만큼 저에게도 말은 늘 어렵고 긴장되는 영역이었어요. 그러니 말을 잘하지 못한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말이 어려운 건 당연해요. 하지만 그 감정을 이해하고 천천히 하나씩 연습하면, 어느 순간 내 말이 나를 도와줄 때가 와요.
‘말을 잘한다’라는 건 타고나는 게 아니라,
계속 연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내가 가진 이야기를 말로 전할 수 있을 때,
그 말이 내 삶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말하는 일을 하면서 제가 얻은 큰 통찰 중 하나는 “말이 나에게 힘이 되기 위해선, 내가 말하고 싶은 순간에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말을 훈련한다’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지만, 사실 말이 내게 도움이 되는 도구가 되려면 말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직접 말해 보고, 또 피드백 받고, 다시 말해 보는 연습을 해야 하거든요. 말은 ‘감각’이고, 그 감각은 반복으로 키워질 수 있어요. 말은 ‘힘’이 되기 위해 연습이 필요한 도구입니다.

Q. 마지막으로 멘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먼저 멘토링으로 이어진 인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요즘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계기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멘토링은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좋은 구심점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 멘토링 과정 안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것도 굉장히 즐거운 활동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외부의 새로운 일에도 함께 도전해볼 수 있잖아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멘토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경험을 만나고 관계를 확장해 갔으면 합니다.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 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운전면허를 열 번 만에 붙었어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일하면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 ‘운전’이거든요. 운전면허가 없었다면 제가 일을 하고 이동하고 물건을 싣고 하는 모든 활동에서 제약이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와, 그때 내가 아홉 번째 포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해요. 당시에는 운전면허가 이렇게 도움이 될 줄 생각도 못 했지요. 그러니 한 번에 잘 안 되고 원하는 결과가 당장 나오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그 순간을 넘겨 내면 아주 작은 것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꼭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한 번 더 해보는 것’. 어차피 알 수 없는 미래라면 지금 내가 하나라도 더 할 수 있는 것, 한 단계라도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을 계속 시도해 보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지금도 여러분은 충분하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지금까지 제가 도전하고 시도하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사실 지금 여러분이 서 있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빛나고 멋지거든요. 제가 여러분 시기에는 그 정도를 하지 못했어요. 여러분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의 저보다도 더 멋지고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의 가능성과 미래를 믿고, 지금을 충분히 누리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지금도 충분합니다.
여러분의 가능성과 미래를 믿고, 오늘의 행복을 충분히 누리면 좋겠어요.

언어를 통해 세상을 연결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해 온 석혜림 멘토의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도전과 깊은 격려를 건넵니다. 우리에게 펼쳐질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으며, 오늘도 매일의 한 걸음을 멈추지 않고 걸어가길 기대합니다.

- 제8~12기, 제14~16기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링 멘토
경력
現
- SK스토아 쇼호스트 및 모바일 커머스 및 스피치 강사
前
-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 및 교육학 학사
- NS홈쇼핑 쇼핑호스트
- 농수산홈쇼핑 쇼핑호스트
저서
- 워라밸 플랜
- 라이브 커머스 셀링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