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그동안 미뤄왔던 독서를 계획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독서를 하다보면 어느새 책읽기는 뒤로 하고 휴대폰을 집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 일쑤입니다. 모바일이 일상인 현대인에게 독서는 여전히 부담스럽기만 하지요.
하지만 독서의 전략을 백분 활용한다면 독서가 마냥 지루한 취미활동이 아니라, 지적 능력과 역량을 키우는 자기계발의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독서를 내일로 미루고 있는 당신을 위해 효과적인 ‘독서의 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책 읽기에도 나름의 기술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서법을 잘 모르거나 아니면 평소 아예 생각해 보지도 않은 경우가 많을 겁니다. 그리고 책을 고를 때도 별다른 기준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곤 하죠. 독서법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사항에 해당된다면 한 번쯤 독서의 기술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책을 읽어도 좀처럼 나의 지적 능력이 발전하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 책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 독서를 통해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폭넓은 교양과 깊이 있는 지적 역량을 갖추고 싶다.
- 지성인으로서 사회에서 큰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
물론 독자의 성격, 지식, 경험, 관심 분야에 따라 독서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모두가 따라야만 하는 절대적인 독서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제안하는 독서법은 있기 마련이죠. 또한 올바른 독서법을 이해하고 적용할 때 비로소 독서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 수 있기도 합니다.
자, 이제부터 다음의 여러 독서의 기술을 확인해 보며 나에게 맞는 독서법을 찾아보세요!
수준에 따른 독서법
책도 나름의 기준에 따라 수준이 나뉘듯이 독서에도 수준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똑같은 책을 읽더라도 그 책의 내용과 의미를 더 깊고 풍부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독서법을 알고 이를 실제 독서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준별 독서법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사상가인 모티머 J. 애들러(Mortimer J. Adler)가 제시한 방법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① 제1수준: 초급 독서(Elementary Reading)
초급 독서는 읽기와 쓰기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기초적인 독서 단계입니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어휘의 인식과 습득, 문맥의 이해가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이 단계는 넘어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이나 외국어로 된 원서를 읽는 경우라면 반드시 초급 독서의 수준을 거칠 필요가 있습니다.
② 제2수준: 점검 독서(Inspectional Reading)
초급 독서가 ‘이 문장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점검 독서는 ‘이 책은 어떠한 종류의 것으로, 무엇에 대해 쓴 것이며,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수준의 독서를 가리킵니다. 점검 독서는 크게 두 가지 과정으로 나뉩니다.
- 첫 번째 과정은 표지, 표제, 서문, 목차, 색인을 통해 대강의 내용을 확인한 후 책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판단되는 부분을 띄엄띄엄 읽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책의 핵심 내용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이 책을 자세히 살펴보며 읽을 필요성이 있는지 판단합니다.
- 두 번째 과정은 바로 ‘표면적 읽기’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통독하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도 건너뛰어 가면서 읽는 것이죠. 이해하지 못했다고 걱정하지는 마세요. 다음 단계인 분석 독서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③ 제3수준: 분석 독서(Analytical Reading)
분석 독서는 책을 완전히 나의 살이 되고 피가 될 때까지 분석하고 이해하며 읽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구성-해석-비평’에 따른 분석 독서로 수준 높은 단계의 책 읽기에 도전해 보세요.
책 구성의 이해
- 자신이 읽는 책의 종류와 분야, 주제에 따라 책을 분류합니다.
- 책 전체의 내용과 저자의 의도를 한두 문장으로 간결하게 나타내 봅니다.
- 저자가 책에서 문제 삼는 점,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파악합니다.
책 내용의 해석
- 저자의 언어 사용 방식을 이해하고, 핵심 단어(key word)를 찾아냅니다.
- 저자가 책을 통해 제시하는 명제나 판단은 무엇인지 찾아봅니다.
- 핵심 문장을 찾아 저자의 논증을 발견하고, 나만의 언어로 내용과 논리를 다시 구성해 봅니다.
- 저자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내린 해답과 해결책이 무엇인지, 또 저자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무엇인지 판단합니다.
책에 대한 비평
책에 대한 정리와 해석이 끝난 후에는 비평을 진행해 보세요. 단, 충분한 근거를 들어 책에 대해 비평하며 객관적인 지식과 개인적인 의견의 차이는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저자의 지식이 부족한가?
- 저자의 지식에 오류가 있는가?
- 저자의 주장에 논리성이 부족한가?
- 저자의 분석이나 설명이 불완전한가?
④ 제4수준: 신토피칼 독서(Syntopical Reading)
신토피칼 독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독서법으로, 동일(syn) 주제(topical)를 다루고 있는 다른 책을 읽고 비교와 대조를 통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주제를 스스로 발견하여 나아가는 단계에 이를 수 있습니다. 아래의 다섯 가지 세부 단계에 따라 독서 신(神)의 경지에 도달해 보세요!
- 제1단계: 주제와 관련된 책을 점검 독서로 선정하고, 이중 가장 관련이 깊은 책을 발견합니다.
- 제2단계: 독자가 자신만의 언어와 개념으로 다양한 책의 내용을 이해합니다.
- 제3단계: 독자가 자신만의 질문과 문제를 만들고, 이에 대한 해답을 책 속에서 찾아봅니다.
- 제4단계: 질문에 대한 저자들 간의 서로 다른 의견을 정리하여 핵심 논점 사항을 정합니다.
- 제5단계: 논점을 바탕으로 책을 다시 분석합니다. 문제의 해결방안과 그 의의를 이해하며, 일반적 논점과 특수한 논점 사이의 관계를 파악합니다.
참고 자료: 『독서의 기술』 (모티머 애들러, 1993)
전자책 100배 활용하기
독서를 위해서는 두꺼운 종이책을 항상 가지고 다녀야 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모바일 기기 하나만 있으면 수십수백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의 시대입니다. 그렇지만 종이책과는 사뭇 다른 느낌에 어딘가 읽기 불편하고, 책의 내용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죠.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 전자책을 100배 활용할 수 있는 ‘똑똑한’ 독서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첨단기술로 더 똑똑해지고 있는 전자책
‘들고 다니는 도서관’으로 불릴 만큼 휴대성이 가장 큰 장점인 전자책은 최근 다양한 기술과 결합하여 편리한 독서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모바일 기기의 진화로 책을 읽으며 실시간 필기와 메모가 아주 간편해졌고, 최근에는 문자를 음성으로 변화해주는 TTS(text-to-speech) 기능을 통해 ‘오디오북’ 형태로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죠. 이렇게만 보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 전자책을 통한 독서를 할 때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답니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인가, 그냥 ‘보는’ 것인가
전자책과 비교하여 종이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장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책의 감촉(촉각), 책장을 넘길 때 들려오는 사각거림(청각), 오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유의 종이 냄새(후각)까지. 이러한 공감각적인 요소는 우리의 독서 이해력과 기억력에도 큰 영향을 주기도 하죠. 이와는 반대로 대부분 시각에만 의존하게 되는 전자책은 엄청난 집중력과 의지가 없다면 ‘진정한 읽기’가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전자책, 이제는 이렇게 읽어 보세요
① 가벼운 책부터 찾아 읽기
아직 전자책에 익숙하지 않다면, 에세이와 같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먼저 찾아보세요. 대부분의 에세이는 깊은 사고 과정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으므로 집중이 어려운 디지털 기기에서 소비하기 가장 좋은 콘텐츠 중 하나입니다.
② 비행기 모드 활성화하기
1분 간격으로 울리는 메신저 알림과 전화 벨소리. 모바일 기기로 전자책을 읽을 때 우리를 괴롭히는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며칠이 지나도 같은 문단만 읽고 또 읽는 무한루프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비행기 모드’를 활성화하여 속세의 모든 유혹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보세요!
③ 자주 끊어 읽기
전자기기에서 쏟아지는 강한 빛과 눈의 피로로 책 읽기에 쉽게 집중할 수 없다면 전자책을 자주 끊어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목차에 따라 한 구역씩 나누어 읽거나 시간을 정해 집중적으로 독서한 후 내용을 되새기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전자책을 효과적으로 읽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추천 도서 리스트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서점을 둘러보아도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국립중앙도서관 전문 사서가 추천하는 도서를 참고해 보세요! 매 격월 문학,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네 가지 분야 도서를 통해 다채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문학
- <보이지 않는 것들> 로이 야콥센, 잔
-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장편소설> 김호연, 나무옆의자
인문과학
- <디자인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가는가> 스콘 버쿤, Haru(하루)
-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박영서, 들녘
사회과학
자연과학
- <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 신의철, 21세기북스
- <숲은 고요하지 않다: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 경의로운 생명의 노래> 마들렌 치게, 흐름출판
* 도서명, 저자, 출판사 순
참고 자료:
- ⌜독서의 기술⌟, (모티머 애들러, 1993)
- 국립중앙도서관, 2021년 8월 사서추천도서